
절약을 시작하고 나서 여행은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생활비 줄이는 것도 빠듯한데 여행까지 생각할 여유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절약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무조건 아끼는 게 아니라 쓸 곳에는 쓰되 덜 새게 만드는 것이 절약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생활비를 아끼면서 모은 돈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준비 과정에서도, 여행 중에도 절약 습관이 도움이 됐습니다. 여행이 끝나고 나서도 후회가 없었습니다.
여행비가 생각보다 많이 드는 이유
가족 여행은 인원이 많을수록 비용이 커집니다. 다섯 명이 움직이면 숙박비, 교통비, 식비, 입장료 모두 인원 수만큼 나옵니다. 계획 없이 출발하면 현지에서 비싼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배가 고파서 들어간 식당이 관광지 바가지 식당이거나, 숙박을 미리 안 잡아서 비싼 곳만 남아있거나. 여행 중 즉흥적인 결정이 여행비를 부풀립니다. 저도 예전에 계획 없이 떠났다가 예산을 두 배 가까이 쓴 적이 있습니다.
여행 예산 계획이란 여행 전에 숙박비, 교통비, 식비, 입장료, 기타 비용을 항목별로 미리 계산하고 총 예산을 정해두는 방식을 말합니다. 미리 계획하면 현지에서 감정적으로 소비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여행 전 예산을 미리 계획한 여행자는 그렇지 않은 여행자보다 평균 이십 퍼센트 낮은 여행 비용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한국소비자원). 계획이 여행비를 줄여줍니다.
저는 여행도 생활비 관리하는 방식과 똑같이 접근했습니다. 항목별로 예산을 미리 정하고, 그 안에서 움직이는 것입니다. 일상에서 하던 방식을 여행에도 적용했더니 생각보다 수월했습니다. 일상에서 가계부를 쓰고 장보기 전에 리스트를 만드는 습관이 여행 계획에도 그대로 연결됐습니다.
여행 성수기와 비수기의 가격 차이도 큽니다. 같은 숙박시설이라도 성수기에는 두 배 이상 비싼 경우가 있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여행 숙박비는 성수기와 비수기 간 평균 삼십에서 오십 퍼센트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통계청). 시기를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숙박비가 크게 달라집니다. 아이들 방학이 시작되는 첫 주와 방학이 끝나기 직전 주는 성수기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한산한 편입니다.
가족 여행비를 줄인 실제 방법들
거창한 방법이 아닙니다. 미리 준비하고, 비교하고, 기준을 정한 것입니다. 일상 절약과 원리가 같습니다.
- 여행 예산 먼저 정하기 — 어디를 갈지 정하기 전에 이번 여행 총 예산을 먼저 정했습니다. 숙박비, 교통비, 식비, 입장료, 기타를 항목별로 나눴습니다. 예산이 정해지면 그 안에서 장소와 숙박을 선택하게 됩니다. 예산 없이 장소부터 정하면 나중에 맞추기 어렵습니다. 월급날 생활비를 항목별로 나누는 것과 같은 방식입니다.
- 비수기 또는 주중 여행 선택하기 — 주말과 성수기를 피했습니다. 같은 장소라도 주중에 가면 숙박비가 훨씬 저렴합니다. 이 선택 하나로 숙박비를 이십 퍼센트 이상 줄였습니다. 아이들 학교 행사가 없는 평일을 노리면 더 저렴하게 갈 수 있습니다. 숙소도 덜 붐벼서 더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 숙박 일찍 예약하기 — 여행 날짜가 정해지면 숙박부터 먼저 잡았습니다. 늦게 예약할수록 선택지가 줄고 가격이 올라갑니다. 한두 달 전에 예약하면 얼리버드 할인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가족 다섯 명이 들어갈 수 있는 방이 많지 않아서 미리 잡는 것이 특히 중요했습니다.
- 식비 예산 정하고 현지 마트 활용하기 — 모든 끼니를 식당에서 먹으면 다섯 명 기준으로 금액이 빠르게 올라갑니다. 아침은 숙소에서 간단하게 해결하고, 점심과 저녁 중 하나는 현지 마트에서 장을 봐서 해결했습니다. 여행지의 마트를 구경하는 것 자체도 재미있었습니다. 아이들도 낯선 곳 마트 구경을 좋아했습니다.
- 입장료 사전 예약 할인 활용하기 — 현장 구매보다 온라인 사전 예약이 저렴한 경우가 많습니다. 여행 전에 가고 싶은 곳 목록을 만들고, 각각 온라인 사전 예약 할인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가족 할인, 다자녀 할인도 꼼꼼히 챙겼습니다. 세 아이라 다자녀 할인이 되는 곳에서는 꽤 절약됐습니다.
- 여행 중 자유 지출 예산 정하기 — 여행 중에는 평소보다 기분이 좋아서 지갑이 느슨해지기 쉽습니다. 기념품, 간식, 즉흥 액티비티 등 계획에 없던 지출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저는 여행 중 하루 자유 지출 예산을 오만 원으로 정했습니다. 그 안에서 자유롭게 쓰니 죄책감도 없고 예산도 지켜졌습니다. 아이들도 각자 용돈을 줘서 원하는 것을 스스로 선택하게 했습니다.
- 숙소 취사 가능 여부 확인하기 — 취사가 가능한 숙소를 선택하면 식비를 더 줄일 수 있습니다. 다섯 명이 매끼 외식하면 하루 식비만 십만 원이 훌쩍 넘습니다. 취사 숙소에서 아침과 한 끼 정도를 해결하면 식비가 크게 줄어듭니다. 아이들이 함께 요리하는 과정도 여행의 추억이 됩니다.
- 여행 후 지출 결산하기 — 여행 후에 항목별로 실제 지출을 정산했습니다. 예산보다 많이 나온 항목, 적게 나온 항목을 파악했습니다. 다음 여행에서 더 잘 계획할 수 있게 됩니다. 이 결산이 다음 여행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줍니다.
가성비 여행이란 지출한 비용 대비 만족감이 높은 여행을 말합니다. 비싼 여행이 꼭 만족스러운 여행이 아니고, 저렴한 여행이 꼭 부족한 여행이 아닙니다.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 자체가 여행의 핵심이라는 걸 절약하면서 더 깊이 이해하게 됐습니다. 아이들은 어디서 뭘 먹었는지보다 함께 뭘 했는지를 더 오래 기억합니다. 비싸지 않아도 기억에 남는 여행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실제 여행 결과와 달라진 생각
계획대로 다녀온 여행 후 달라진 것들입니다.
- 예산 안에서 여행을 마쳤고, 돌아와서 후회감이 없었음
- 여행 중 충동 지출이 예전보다 훨씬 줄었음
- 현지 마트 장보기가 새로운 여행 재미가 됨
- 아이들도 여행 예산 개념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됨
- 취사 숙소에서 함께 요리한 것이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이 됨
- 다음 여행을 미리 계획하고 싶어짐
- 여행이 부담이 아니라 목표가 됨
- 여행 후 결산을 통해 다음 여행 계획이 더 구체화됨
절약을 한다고 해서 즐거운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절약 습관이 여행을 더 잘 준비하게 만들었습니다. 생활비를 아끼면서 모은 돈으로 여행을 갔고, 여행에서도 낭비 없이 즐겼습니다. 절약은 포기가 아니라 선택입니다. 중요한 것에 쓰기 위해 덜 중요한 것을 줄이는 것입니다. 다음 여행 날짜를 정해두고 여행 통장을 따로 만들어 모아가는 것, 그게 절약의 또 다른 동기가 됩니다.
※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재무 조언이 아닙니다.참고: 한국소비자원 / 통계청